세상사는 이야기

지워지는 그림들....

해송 이근철 2019. 7. 29. 16:33

지워지는 그림들..

   




닫힌 대문을 마지막으로 들어선다. 이제는 비워줘야 할 집이기에 새삼스럽게 새롭다.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가 지으셨다는 초가집..조부모님 돌아가시고 부모님이 새로 지는 한옥 집..서까래 132개 잊어 먹지도 않는 숫자다.

다 내가 손질하였기에..ㅎㅎ..부모님이 태어나고 시집오셔서 지금껏 사시던 집..주말이면 찾곤 했던 우리 집..





내가 태어나 자라고..

우리 얘들이 태어나고 큰 딸내미가 초등학교 1학년까지 살았던 집..빈방에 온기를 불어넣지 않아도 뜨거운 공기로 가득했던 옛 시절..

이삿짐을 쌓다 말고 책장 속에 들어있는 액자에 사진을 보며 옛 모습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던 큰애..

유난히도 책임감이 강하면서도 잔정이 많았던 둘째..

누나들 틈바구니에서 사랑만 듬뿍 받고 자란 막내 녀석..

얄팍한 생활고속에서 아이들을 위해 고생하며 야누스의 얼굴이 되었을 우리 집 사람..왜 이제야 눈에 들어 온 것일까?..

그저 바깥일 한다고 가정 일에 너무 등한시 했던 내가 미안할 뿐이다.

그래 미안하오,..

혼자 중얼거려본다.








 


     


어느 APT시공사에서 주변 땅을 매입하여 APT를 짖는다고 하여 100년도 훨씬 지난 집터를 지워지는 액자에 담고 불편하시겠지만..

근처 조망 좋은 APT 하나를 구입해 번개 불에 콩 볶아 먹듯 약2주 동안 리모델링해 이사를 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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