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마루금

소백산능선을 걷고 나니 대간길이 끝이 난다. (고치령~비로봉~죽령)

해송 이근철 2009. 3. 28. 09:56

 
소백산능선을 걷고 나니 대간길이 끝이 난다. (고치령~비로봉~죽령)


산행일시: 2007년 10월 3일
산  행 자: 나 홀로
산행코스: 고치령-2.8km-마당치-8.27-국망봉-3.08-비로봉-2.93-연화봉-7.75-죽령
산행소요거리:24.83km 산행소요시간:9시간 40분
    

 

 

대간 길..국망봉에서 마지막 흔적..

 

 
05:00/고치령
05:38/형제봉 갈림길
05:50/마당치
07:07/연화동 갈림길
09:00/상월봉/(조식)
09:41/국망봉(1,428m) 대간 길(735km) 마지막 흔적을 남깁니다.
10:59/비로봉(1,439.5)
11:59/제1연화봉
12:34/연화봉(중식)
14:35/죽령휴게소
 
오늘 걷는 이 길을(고치령~죽령)마치면 백두산~지리산 천왕봉까지 총1,625km중 남한구간 고성진부령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GPS를 통한 측정거리 680km, 포항 셀파 산악회가 2회에 걸쳐 실측한 거리 734.654km(월간 산2002.12월호)를 마감하게 된다. 물론 접속거리를 제외한, 10월3일은 당초 지리산중봉 단풍산행을 하려고 하였는데..같이 하자는 일행이 갑자기 불참의사를 전해와 대간 길 마지막 남은 이 구간을 진행하였다.


마지막이라서 일까?

약간은 긴장이 되는 느낌..자정에 집을 나서니 시간이 너무 이른 것 같아 고속도로안동휴게소에서 1시간 새우잠을 자고 단성 I.C를 나오며 지난번 산행 길부터 이용했던 풍기 안백수님에게 전화해 죽령휴게소에서 04시 만나기로 한다. 비가 내리려나 새벽하늘에 별이 보이질 않는다. 약속한 시간에 택시를 타고 고치령에 도착하니 4시50분 택시비 45.000원을 지불하니 친절하게도 일회용 비옷을 하나 건네주며 비올 것 같으니 안산 즐산 하라고 인사를 건넨다. 장비야 다 갖추고 다니지만 고마워 배낭에 넣는다. 아무래도 비올 것 같아 우중산행준비를 하고 05시 고치령에서 서있는 장승과 산신각을 한번 처 다보며 무사산행 할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마음속으로 빌어본다.오늘따라 배낭무게가 느껴진다.


조금 여유 있게끔 챙겨 넣은 식수와 간식거리 때문인 듯..

조금경사가 있는 863봉을 넘어 완만한 능선 길을 이어가는데 좌측 풍기읍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늦춰진 걸음 따라 쉬엄쉬엄 오르막을 오르며 형제봉 갈림길 이정 목을 맞이한다. 우측은 형제봉 가는 길이고 좌측은 대간길이다 이곳에서 무명봉 좌측으로 우회길이 이어진다. 언제 지났는지 마당치를 지나고 배바위(영풍바위)라 하는 지점에서 대간 길 마지막일출을 기다리며 잠시 쉬어간다. 안타깝게도 붉어지던 여명은 짙은 구름으로 변하여 동쪽하늘을 잿빛으로 감싸고 있다. 오늘조망은 여기까지 뿐일 줄이야..^^

 

1,066봉을 지나고 헬기장인 듯한 공터를 지나니 그동안 참고 있던 빗방울이 떨어진다.
가량 비 옷 젖을 정도로..상월봉 암봉을 넘어서니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빗방울 소리만 거세지고 없던 바람까지 매몰차게 불어댄다. 바람을 피해 암봉에서 선채로 아침을 먹고 쉴 시간 없이 진행한다.비가 오는중에더j 기록을 위해 난쟁이바위솔을 찍는데 렌즈에 습기가 침범 그나마 똑딱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핸폰을 사용한다. 상월봉에서 국망봉 가는 길에는 사람 키 보다 훌쩍 커버린 철쭉사이로 등로가 이어진다. 철쭉 필 6월이면 주위에 암봉과 어우러진 모습 때문에 진사님들에게 사랑받은 장소 같지만..오늘은 지나는 사람만 성가시게 할뿐이다.ㅎ 짙은 안개와 간간히 내리는 이슬비로 가시거리가 10m도 되질 않는다. 사람목소리가 들려 바라보니 국망봉이다. 일행이4명인데..이친구들 신성봉을 거쳐 구인사로 내려간다며 길을 물어온다. 나도 초행길이라 지도를 펴놓고 가는길을 일러주고 나무계단을 따라 공터 있는 곳을 내려서는데..아직 억새가 피지 않았다.

 

대신 주변에는 가을 야생화들이 산님들의 발자욱소리를 들으며 활짝웃고 있다. 지척에 보여야할 비로봉이 심한 안개 속에 숨어 보이질 않는다. 등로를 한번 오르내리고 다소 힘ㄱ들게 철 계단 몇 개를 밟고서니 부드러운 육산길이 이어지고 여의곡 삼거리가 나온다. 비로봉은 직진 여의곡은 우측 비로봉이 조망된다.비로봉에는 가족단위 몇 분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조망이 없다보니 머무를 이유도 없다.쉼터인 시인의 마을 (주목 관리사)에 들러 본다. 동 절기에는 박을 하는 산님들에게는 안전한 휴식처일 것 같다. 우측으로 내려서는 천둥 갈림길 한번 바라보고 지나는 길에 제1연화봉 이정목도 만져보고 가파른 길을 내려섰다고 힘들어 하는 다리를 만져주며 산행 길 즐기고 가자 달래가며 연화봉에 올라서니 어느 산악회에서 넓은 연화봉을 다 차지하고 점심중이다.


이제 오름도 없이 죽령까지는 거의 내림 길 수준 나도 한쪽에 자리를 하고 대간 길 마지막 밥을 먹는다는 생각에 홀가분해야 하는데 왠 걸, 가슴속 깊은 곳에서 형용 할 수 없는 뭔가가 올라오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다.죽령 7km 이정표를 바라보며 천제 관측소를 지나 지루한 콘크리트임도 길을 따라 죽령 시인의 마을에 내려서니 14시 35분. 2년여 동안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나름 행복했고 2주마다 떠나는 산행길이 기다려지던 즐거움이 있었는데.. 그런 대간길이 끝이 난다. 대간을 참여하고 첫 구간(하늘재~이화령)을 2006년 6월4일 순천 한백산악회 대간1 기팀을 따라 백두대간 길 속살도 모르고 따라나섰는데..오늘 걷는 이구간이 대간 길 마지막길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단지 대간길이란 하천이나 강을 건너지 않고 우리의 산하 등줄기에 해단하는 선을 잇는다는 정도 수박 겉 핧기 식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하지만..이 팀은 대간 이란 걸 내 가슴에 불만 지펴놓고 2006년 10월1일 천왕봉에서 산신령께 무탈하게 대간을 마쳤다고 종산제를 지내며 마무리한다. 그러다 여기 저기 눈팅하고 수소문 하던 차 올2월부터 남진하는 대구 산마을 백두팀과 정말 즐기며 10여구간 산행을 같이하고 나머지구간은 곁님과 발맞추기도 하고 나머지 나 홀로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그 동안 배낭을 메고 산행을 하면서 동고동락했던 많은 산우님들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같이해서 즐거웠고 행복한 산행 길 이었다고 대간 길 한 구간 한 구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지만 그래도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은 나도 모르게 진한 전율로 느껴진다.